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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크런치 디스럽트 2026 참가 후기 — 숙제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2026 한국관에 다녀온 팀제로코드가 현장에서 깨달은 네 가지와,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한 고민, 그리고 지금 정한 우선순위를 솔직하게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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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헌
Oct 18, 2026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2026 참가 후기 — 숙제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Contents
1. 현장은 휴대폰 위에 있었다2. 실제 대화는 우리 설계만큼 깔끔하지 않다3. 기록을 시키는 일은 사람의 습관을 바꾸는 일4. 기능을 더하는 것보다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돌아오는 길에 남은 고민, 미팅 기록 다음은 무엇인가그래서 지금 정한 우선순위 세 가지

샌프란시스코에서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2026 한국관에 참가하고 왔다고 하면 보통 "성과가 어땠냐"는 질문이 먼저 옵니다. 솔직히 말하면, 자랑할 계약서를 들고 온 건 아닙니다. 대신 노트 한 권 분량의 숙제를 들고 왔습니다.

출발 전에 세운 목적은 세 가지였습니다. 미국 트레이드쇼·이벤트테크 쪽 파트너와의 접점을 만들 것, Pre-A 라운드에 참고할 피드백을 들을 것, 그리고 "실시간 통역 + 상담일지 자동화"라는 우리 모델이 미국 행사 현장에서도 통하는지 눈으로 확인할 것. 세 번째가 가장 크게 남았습니다. 통하긴 하는데, 우리가 생각한 모양대로는 아니었습니다.

현장에서 부스를 지키고, 다른 팀 제품을 써보고, 방문객들이 우리 제품을 쓰다가 막히는 지점을 보면서 적어 둔 메모를 그대로 정리합니다. 아네스를 쓰시는 분들,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팀에게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2026 TechCrunch Disrupt 팀제로코드(아네스) 부스 현장

1. 현장은 휴대폰 위에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수출상담회 테이블 위에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두고 아네스를 쓰는 장면을 기본으로 설계해 왔습니다. KOTRA 상담회처럼 테이블이 정해져 있고, 운영 인력이 있고, 사전에 세팅할 시간이 있는 환경에서는 그게 자연스러웠습니다.

디스럽트는 달랐습니다. 대화는 부스 앞에서, 복도에서, 커피 줄에서 시작됐고 대부분 서서 이루어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써 보니 확실히 휴대폰으로 쓰는 쪽이 편했습니다.

여기서 하나 더 보였습니다. 각자 자기 휴대폰으로 말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QR을 찍으면 상대방 폰에서 바로 자기 언어로 말하고 듣는 구조라면, 기기 하나를 번갈아 넘겨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걸 "있으면 좋은 기능" 정도로 두고 있었는데, 현장에서는 기본 동선에 가까웠습니다.

아네스노트 모바일 앱을 만들고 있던 건 맞습니다. 다만 "웹 기반 서비스가 있으니 앱은 보조"라는 생각은 이번에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2. 실제 대화는 우리 설계만큼 깔끔하지 않다

통역 제품을 만들 때 머릿속에 있는 대화는 이렇습니다. 한 사람이 한국어로 말하고, 끝나면 상대가 영어로 답하고, 미팅이 시작되고 끝난다. 현장의 대화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같은 사람이 한 문장 안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썼습니다. 한국관 부스에는 한국어·영어·일본어, 세 언어가 동시에 오가는 자리도 있었습니다. 한 미팅이 끝난 줄 알았는데 10분 뒤 같은 사람이 다시 와서 이어서 이야기하는 일도 잦았습니다. 그러면 기록은 두 개로 쪼개져 있고, 나중에 보면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도 헷갈립니다.

그래서 메모에 적힌 것들입니다.

  • 말하는 중간에도 통역 결과가 실시간으로 갱신되어야 합니다. 문장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대화 호흡이 끊깁니다.

  •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화자 구분이 되어야 양쪽 다 화면을 알아봅니다.

  • 세 언어까지는 한 대화 안에서 자연스럽게 섞여도 인식되어야 합니다.

  • 미팅 도중 종료하더라도 이어서 녹음·진행할 수 있어야 하고, 쪼개진 여러 미팅을 하나로 묶을 수 있어야 합니다.

  • 음원 자체는 남기지 않는 프라이버시 모드가 필요합니다. 녹음에 민감한 상대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3. 기록을 시키는 일은 사람의 습관을 바꾸는 일

부스에서 방문객에게 아네스를 직접 써 보게 하면서 가장 뼈아팠던 건 기술 문제가 아니라 첫 10초였습니다.

아네스노트는 시작 버튼을 누르고 2~3초 정도 기다렸다가 말해야 하는데, 처음 쓰는 사람은 예외 없이 누르자마자 말을 시작했습니다. 첫 문장부터 잘리니 고객 경험이 좋을리가 없습니다. 우리 팀은 매일 쓰니까 보이는 것들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벽이었습니다.

"미팅을 기록하게 한다"는 건 결국 사람의 행동을 교정하는 일이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상담회에서는 운영 측이 안내하고 참가자가 따르니 괜찮아 보였을 뿐입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는 환경에서는, 통역과 기록이 거의 자동에 가깝지 않으면 사람은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장 손볼 것들을 적었습니다. 시작 직후 발화가 잘리지 않게 할 것, 자주 쓰는 언어는 사용자가 직접 지정할 수 있게 할 것, 선택 취소 버튼을 눈에 좀 더 잘 보이게 할 것. 기능이라기보다 예의에 가까운 수정들입니다.

4. 기능을 더하는 것보다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디스럽트에는 통역과 미팅 기록을 다루는 팀이 정말 많았습니다. 우리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다는 걸 인정해야 했습니다. 이 영역은 앞으로 경쟁이 더 심해질 겁니다.

그런데 부스에서 받은 요청을 모아 보니 방향이 하나로 모였습니다. "API나 SDK로 제공해 줄 수 있느냐", "우리 쪽 데이터를 가져와서 같이 볼 수 있느냐", "기록한 걸 우리가 쓰는 도구로 내보낼 수 있느냐". 새 기능을 달라는 요청보다 연결해 달라는 요청이 더 많았습니다.

여기서 우리 전략이 한 번 뒤집혔습니다. 통역·기록 경쟁자가 많다면, 그 경쟁자들이 만들어 내는 데이터까지 아네스로 모이게 하는 쪽이 맞습니다. 대화를 기록하는 입구를 우리가 다 차지할 수는 없어도, 비즈니스 대화 기록이 모이는 허브는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적은 결론은 이렇습니다. 신규 기능 개발보다 MCP 제작과 외부 공유 기능 확대처럼 다른 서비스와 연결되는 일을 앞에 두자. 대화하고 기록하는 일이 편해져야 그걸 기반으로 분석할 수 있고, 그 데이터가 AI에서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형태여야 의미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명함을 스캔해 리드부터 쌓아 두고 나중에 미팅과 연결하는 흐름도 필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참석자를 미팅 기록에 붙이는 순서가 현장에서는 반대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남은 고민, 미팅 기록 다음은 무엇인가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한 질문 하나를 그대로 적습니다. 미팅을 잘 통역하고 잘 기록하고 나면, 그다음은 무엇이어야 할까.

디스럽트 사흘 동안 우리 부스에서 오간 대화만 해도 수십 건입니다. 돌아와서 해야 할 일은 방문자별로 대화를 정리하고, 각자에게 메일을 보내고, 후속 조사를 하고, 다음 액션을 정하는 것입니다. 이 일은 기록보다 훨씬 오래 걸리고, 보통 여기서 흐지부지됩니다. 수출상담회에 다녀온 기업들이 겪는 일도 똑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미팅이 끝나면 AI가 "다음에 이걸 하면 어떨까요"를 버튼으로 제안하고, 사용자는 누르기만 하면 됩니다. 아네스 계정 전용 주소를 메일 참조에 넣으면 그 메일이 대시보드에 그대로 쌓입니다. 업무 카드를 만들면 그 업무가 AI에게 지시됩니다. 해외시장 조사를 해서 메일로 보내 달라, 이 업체의 담당자 연락처를 찾아 달라 같은 일들입니다.

이렇게 쓰고 나면 아네스는 통역 도구가 아니라 해외 진출·수출 프로젝트 관리 도구에 가까워집니다. 그게 맞는 방향인지, 지금 우리 규모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인지는 아직 팀 안에서도 결론이 없습니다. 다만 "팀제로코드는 앞으로 무엇을 할 회사인가"라는 질문에, 그 답이 미팅 기록에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만 분명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정한 우선순위 세 가지

고민은 남겨 두더라도 당장 손댈 순서는 정했습니다.

  1. 통역·기록 기능을 아주 쓰기 편하게 만든다. 첫 10초의 벽, 언어 선택, 화자 구분, 끊긴 미팅 이어 붙이기, 휴대폰 중심 사용 경험이 여기 들어갑니다.

  2. 외부 데이터를 대시보드로 쉽게 가져오고, 대시보드의 데이터를 쉽게 내보낼 수 있게 한다. 음원이나 로데이터를 올려서 분석하는 기능, 기간이나 조건으로 걸러낸 미팅의 상담일지를 한 번에 내려받는 기능이 여기 속합니다.

  3. MCP를 만들어 아네스의 데이터를 AI가 바로 가져다 쓸 수 있게 한다.

세 가지 모두 화려한 신기능이 아닙니다. 하지만 디스럽트에서 돌아온 지금, 우리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떠나기 전보다 훨씬 선명해졌습니다. 그게 이번 출장에서 가져온 가장 큰 성과입니다.

아네스를 쓰시면서 비슷하게 막혔던 지점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이 글에 적은 것들은 대부분 여러분이 이미 겪고 있었을 문제일 겁니다. 고치는 순서를 정하는 데 그 목소리가 가장 큰 기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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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장은 휴대폰 위에 있었다2. 실제 대화는 우리 설계만큼 깔끔하지 않다3. 기록을 시키는 일은 사람의 습관을 바꾸는 일4. 기능을 더하는 것보다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돌아오는 길에 남은 고민, 미팅 기록 다음은 무엇인가그래서 지금 정한 우선순위 세 가지

아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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